대체적으로 해운대성심요양병원 근무자들은 모두 친절하였으며 짜인 일정과 시스템에 따라 각자 맡은 일을 빈틈없이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예전에 소문으로 들었던 '요양병원에서는 이상한 주사를 놓아 환자를 잠만 재운다. 자기들이 편하려고 관리하기 골치 아픈 환자가 생기면 묶어놓는다.'라는 등 시중에 간간이 떠도는 근거 없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 아님을 이번에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내가 그 병원에서 오랜 시간 어머니 곁을 지키며 주위 할머니들에게 가해지는 그런 조치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병원 측에서는 효율적인 환자관리를 위하여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침상생활만 하는 환자들을 따로 분리수용(어머니 병실에도 84세부터 99세까지의 할머니 일곱 분이 수용되어 있음)하고 있는데, 그런 병실에 계신 중증환자들이, 사실 스스로 거동이 불가하여 침대에 맥 놓고 말없이 누워계시는 외로운 고령의 중증환자(정도의 차이지 대부분 치매를 앓고 있음)들이, 먹는 일(일이라고 표현해 미안하지만) 외에 눈 감고 있거나 잠자는 것 말고 무슨 할 일이 있겠나? 요양병원에 처음 문병 온 사람이 그런 내부 사정도 잘 모르고, 죽은 듯이 나란히 누워있는 치매끼가 있는 고령의 중증환자들을 갑자기 보게 된다면 '저 환자들이 무슨 약을 먹었는가? 무슨 주사를 맞았는가?' 하며 놀라기도 할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놀랐으니까.
한편,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의 낙상사고 방지를 위해 그 많은 환자 한 분 한 분을 24시간 곁에서 지키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낙상 위험이 있는 환자가 생기면 그 환자에게 구속복(조끼)을 입혀 조끼 뒤쪽에 달린 끈을 침대에 느슨히 고정시켜 놓는데, 그런 조치는 환자의 절대 안정이 필요하거나 사고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시행되고 있었다. 드물게 발생하는 그런 조치도 사전에 보호자에게 알려 동의를 받은 후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내려갔을 때는 어머니 옆 침대의 할머니가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든 채 구속조끼를 입고 침대에 고정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어머니가 있는 병실의 7명의 할머니 중 딱 한 분이 고정되어 있었음). 치매가 있는 그 할머니가 밤에 임의로 침대에서 일어나 내려가다가 낙상사고가 있었다네.
집이냐? 시설(요양병원)이냐? 이 문제의 결정은 환자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우선이고, 만일 보호자가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나의 경우에 해당되지만, 환자와 부대끼며 가능한 한 오래 집에서 버티다, 어느 시점이 되면 도저히 집에서 감당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시설로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 즉 터닝포인트가 오게 되니, 그에 자연스럽게 따르면 될 것이다. 특히 치매환자의 경우,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인간관계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으로 치매가 급속히 악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환자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기 집에서 다소나마 안정을 찾고 있다면, 가족이 힘은 많이 들겠지만 너무 일찍 시설로 보내지 말아야 하며, 반대로 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연민, 그리고 가족을 내친다는 죄책감 등으로 환자를 시설로 모시는 타이밍을 한 박자 놓쳐, 환자를 불필요한 위험과 불편에 빠트리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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