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나도 모른 체 하였다

와우산 2018. 8. 13. 23:53

(2018. 08. 12, 일)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다가 문턱에 걸려 자주 넘어지고, 소변을 자주 지리고, 설사를 할 때면 동작이 민첩하지 못하여 옷에 변을 자주 묻힌다. 정신적인 퇴화는 말 할 것도 없고, 육체적으로도 퇴화하고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아직은 어렵사리 혼자서 집안 생활이 가능하나, 어머니의 건강이 언제 어떤 식으로 급속히 악화될지 몰라 걱정이 많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돌보자고 다짐한다. 어제 저녁에 수박을 너무 많이 드셨는지, 설사를 하고, 속옷에 변을 묻혀, 당신 손수 세탁한다고 욕보신다. 인지기능이 떨어져,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밥은 먹었는지조차 깜박깜박하는 와중에도, 어머니는 당신의 아들은 물론 요양보호사에게도 당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은 것이다. 나도 모른 체 하였다.


(2018. 08. 13, 월)

어머니와 한여름 휴가철 11일을 함께 보냈다. 장기체류는 오랜만인데, 비교적 무난하게 보낸 것 같다. 이번에 같이 지내면서 느낀 점은, 어머니의 정신력, 체력, 기력, 인지력이 나날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가 가까이서 자주 체크하고 돌보기 때문에, 어머니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으시는 것 같고, 치료약도 어머니의 상태에 맞게 처방받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2012년 무렵,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 몇달간은 우리가 여러가지 이유로 아버님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바 있었는데, 그런 사정으로 아버님의 치료에 우리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여, 두고두고 후회하기도 하였다. 어머니의 컨디션을 예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야 없겠지만, 어쨌든 어머니의 치매와 노화가 천천히 진행되어, 가능한 한 오래도록 현 상태로나마 컨디션이 유지되어주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침에 옥상 텃밭에 물을 듬뿍 주었다. 며칠 동안은 물 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상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