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어디 가지 말고 내 곁에 꼭 붙어있거라

와우산 2019. 4. 22. 22:44

어머니가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선잠을 잘 때, 꿈과 망상이 더 심한 것 같다. 자면서 손짓을 심하게 하고, 중얼중얼 헛소리를 하거나 크게 소리치기도 한다. 요즘의 주된 망상은 '우리 집으로 가자.', '아이들 밥 먹이자.' 이렇게 두 가지다.

 

자정 무렵, 어머니 옆에서 자고 있는데, 기척이 나서 깨어보니, 어머니가 방문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도 바로 따라나가서, '어디에 가느냐?'라고 물었더니, '집으로 가려고 한다.'라고 대답하신다. 어머니를 방으로 모시고 들어와 한참 상황을 설명하고, '여기가 어머니 집이고, 집에 아이들은 없고, 어머니는 머리가 조금 아파서 약을 타다 먹고, 치매 치료를 하는 중이다. 내가, 창정이가, 큰아들이 서울에서 내려와 한 달에 열흘을 어머니와 같이 지내고 있고, 작은아들 용정이도 주말마다 어머니를 보러 온다. 요양사님들이 아침저녁으로 각각 한분씩 오셔서 어머니의 식사와 약을 챙겨드리고 어머니를 돌봐드린다.'라고 하며 자세히 설명하니, 어머니는 잠깐 이해하는 듯 내 말에 수긍하며, 이내 당신 자신에 대하여 걱정하는 표정이 된다. '밤에 혼자 밖에 나가면 굉장히 위험하다. 나가서 잘못되면 사고 나서 죽을 수도 있다. 나가면 절대 안 된다.'라고 주의를 주니, 어머니는 크게 걱정하며, 나더러 '어디 가지 말고 내 곁에 꼭 붙어있거라.'라고 말씀하시네. 어머니가 내 말을 듣고 얼마나 불안하였을까... 괜히 쓸 데 없는 말을 한 것 같다.

 

늙고 병든 어머니를 내 집에 편히 모시지 못하여 미안하고 죄스러워 마음이 너무 아프네.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당신의 병이나 증상을 당신 스스로 극구 부인하더니, 어젯밤 처음으로 당신은 당신의 병을 인정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밤에 어머니 혼자 계실 때가 제일 취약한 시간이다. 지금처럼 밤에 어머니 혼자 지내게 해도 괜찮을까... 24시간 돌보미를 알아봐야 하나... 시설에 모셔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다. 벌써 새벽이 왔다. 어머니는 코를 골며 곤히 주무시고 있다. 이번에 내려와 닷새간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보니, 어머니가 훨씬 더 약해진 것 같다. 아침에 박여사님이 출근하면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린 뒤 상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