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와우산 2019. 8. 14. 23:50

요즘 상급종합병원 어디에 가나 경증이건 중증이건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입원실이 모자라기 때문에, 응급실을 거쳐 입원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응급실에서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우리는 설교수님에게 부탁하여 응급실에 들어온 지 4일 만에 가까스로 입원실로 올라올 수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금식 중이고, 오로지 정맥혈관주사에 의한 영양제 공급으로 버티고 있다. 치료는 항생제 주사로 염증수치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다. 그 외에, 폐에 미세한 폐렴 소견이 있어 치료 중이고, 콩팥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당뇨병과 고혈압 등 기저질환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물론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 상태로 치매치료도 받고 있으며, 어느 부위든지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거나 어머니가 불편하다고 호소하면 병원 측은 지체 없이 검사와 치료로 조치하여준다. 어머니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직행하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큰 다행인가...

 

응급실에는 보호자가 누울 수 있는 자리가 없어 나는 며칠간을 낮이나 밤이나 작은 의자 하나에 앉아서 지냈는데, 오늘 입원실에 올라와보니 환자침대 옆에 비록 좁다랗고 딱딱한 침대지만 간병 보호자용 간이침대가 마련되어 있네. 간이침대에 누워 감사하는 마음으로 얇은 담요 한 장이나마 덮고 허리와 다리를 쭉 펴보니, 사람이 살 것만 같다. 지옥에 있다가 천국에 온 기분이라면 바로 이런 기분일 게다. 세상만사는 상대적이라는 말을 체감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