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병실에서 24시간 상주하다 보니, 나도 이제 해운대백병원 13층 병동의 고참이 되었다. 어머니가 6인실에 입원하고 계셔서, 나는 병실을 들락날락하는 많은 환자들의 보호자를 자주 보게 되는데, 그들 중에는 환자 측에서 개인적으로 고용한 유급 간병인들도 제법 많다. 간병인은 대부분 한국인 또는 조선족 중년여성들인데, 그들의 간병하는 자세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데다가 환자와 말다툼으로 티격태격하는 일은 예사고, 특히 환자가 나이가 많거나 치매 등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 '안 자고 귀찮게 한다.' '기저귀를 자주 갈게 한다.'라는 등 간병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온갖 말을 쏟아내며 환자에게 노골적으로 면박을 주고, 자기들끼리 모여 시시덕거리며 환자를 흉보고 조롱한다. 같은 방에 있는 다른 환자의 가족이 옆에서 보고 듣고 있는데도, 그런 몹쓸 짓을 한다. 내가 보고 들은 더 심한 세세한 이야기는 차마 여기에 기록하지 못하겠네.
유급 간병인은 환자의 가족도 아닌데, 내가 그들의 간병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은 것인가? 아닐 것이다. 직업윤리라는 거창한 말은 차치하고라도, 명색이 대가를 받고 환자를 돌본다는 사람들이 환자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더 큰 문제는, 환자의 가족이 병실을 방문하면 그들의 태도가 180도로 싹 바뀌어, 찾아온 가족이 간병인의 비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므로 바로잡을 기회가 없다는 데 있다. 우리집에서 근무하던 요양보호사들과는 서비스의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네. 우리나라의 모든 간병인들이 다 그렇지야 않겠지만, 꼭 이 병원에만 국한된 현실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내가 이 병원에서 본 대부분의 간병인들이 다 그러하니, 나는 이번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종합병원 입원실에 개별적으로 들어와 일하는 간병인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너무나 허술하여, 간병인을 모집하여 환자 측에 연결시켜주는 용역회사의 관리직원들도 그런 실정을 잘 모를 것이고, 설령 회사가 그들의 비행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구인난으로 간병인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알아도 모른 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떻든 간병서비스에 대한 모든 것을 오로지 해당 간병인의 양심과 책임감에만 맡겨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큰 문제인 것 같다. 우리가 유급 개인 간병인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에서 지정하는 관련 교육을 이수만 하면 간병인이 될 수 있는 반면에, 요양보호사는 소정의 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여 국가공인자격을 취득하여야만 된다고 하니, 간병인과 요양보호사의 자질과 서비스의 수준이 다른 것은 그 차이 때문인가? 아마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일부 간병인의 무책임하고 비양심적이며 몰상식한 행위는, 모두가 해당 간병인의 인간성의 문제에서 야기되는 개인적인 일탈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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