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여기서 내가 못 버티면 누가 어머니를 지키겠나

와우산 2019. 8. 23. 22:25

집중적인 치료의 결과 어머니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는 것으로 보인다. 목구멍으로 음식물을 넘기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보이고 있어, 삼킴검사를 받아보았는데, 연하기능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뿐이고, 큰 삼킴장애는 없다는 검사결과가 나왔다. 우선 죽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으로 삼키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설교수님이 회진 차 들러서 어머니의 상태를 살펴보고, '어머니가 기적적으로 회복하고 계십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우리를 안심시키네.

 

오후에 인천이모와 당진의 외삼촌과 막내이모, 외사촌동생이 함께 문병을 왔다. 이분들은 작년 8월 어머니와 함께 강화도로 여행을 다녀온 후 거의 1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는 셈인데, 그때와는 달리 너무나 수척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걱정과 위로를 한다. 문병이 끝나고 병원을 나설 때, 인천이모님이 나에게 '언니를 잘 돌봐줘서 고맙다.'라고 하며, '조카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언니를 돌봐왔으니, 그만 하면 조카도 할 만큼 하였다. 이제 언니는 살 만큼 살았으니, 앞으로의 문제는 언니의 운에 맡겨두고... 여기서 조카까지 몸을 다치면 안 되니 지금부터는 조카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라고 오히려 나를 걱정한다.

 

병원에서 24시간 어머니를 간병한 지 오늘로 12일째인데, 매일같이 밤낮없이 신경 쓰며 수발드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못 먹고 하였더니, 내 몸속의 기가 싹 다 빠져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체중이 10Kg은 빠진 것 같다. 이모님도 이런 나의 핼쑥한 얼굴을 보고 나를 걱정한 것일 게다.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서 내가 못 버티면 누가 어머니를 지키겠나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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