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금까지 미적대기만 하다가, 오늘에야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여 온 천지가 난리다. 우리나라에도 어제까지 코로나19 확진환자 누계가 7,869명에 도달했고, 사망자 누계도 66명이나 되었다. 요즘 나는 가능한 한 바깥활동을 자제하고 자의로 집에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데,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언제 이 사태가 수그러들지 알 수 없어, 요양병원에 병든 노모를 맡겨두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 불안하고 초조하다.
오전에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요양병원 의사선생님이 보호자를 만나고 싶다고 한단다. 어머니가 음식을 드시지 못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지금까지 영양제 주사나 대용식 영양캔으로 식사를 보충해왔는데, 요즘은 캔마저도 거부하신다 하네. 정맥 영양주사로 마냥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고, 병원 측에서도 어머니가 음식을 드시지 못하는 정확한 원인도 모르는 것 같다. 하필 코로나 사태로 요양병원 면회가 일절 금지되어, 우리가 어머니를 찾아가 직접 물어볼 수도 없어 더 답답하고 불안하네. 오후에 동생이 의사선생님을 만나는데, 경관식 즉 콧줄을 끼우는 방법으로 결론이 날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오후에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의 어머니 상태로 보아 그대로 두면 영양실조로 돌아가시니, 살리려면 콧줄을 끼우는 수밖에 없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신다 한다. 우리는 의논 끝에 의사선생님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고, 콧줄 삽입에 동의하였다. 지금 사정으로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 2013년 아버님이 임종 때 콧줄과 관련된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콧줄은 동생과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는데, 아무튼 어머니가 콧줄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간호사님이 전하는 말로는, 어머니가 어제도 '우리 아들들은 다 어디 갔다니?' '우리 아들들은 왜 안 온다니?' 하며 동생과 나를 계속 찾는다 하는데... 간호사가 전염병 때문에 아들이 못 온다고 설명드리니,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내 잊어버리고 또 우리를 찾는다 하는데...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어머니의 얼굴을 그려보니 내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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