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파킨슨병 증상만은 피해 가기를

와우산 2019. 9. 7. 22:39

해운대성심요양병원의 면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나는 낮 12시 점심 식사시간과 오후 5시 저녁 식사시간에 맞추어 하루에 두 번 병원에 들러 어머니의 식사수발을 들고, 식사가 끝나면 2~3시간씩 어머니 곁에 머물다가, 저녁 7시 면회 끝나는 시간에 병원을 나와 병원 뒤에 있는 어머니집으로 돌아가서 쉰다. 병원에서는 음식물을 잘 못 삼키는 환자들을 위하여, 밥이며 반찬을 완전히 갈아서 미세분말의 죽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는데, 어머니도 그 미음 같은 죽을 드시고 있다. 지금은 그런대로 잘 드시는데, 메뉴가 매일 비슷하여, 언제까지 물리지 않고 잘 드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에 와서 약 3일간 어머니를 관찰해 본 결과, 어머니에게 파킨슨치매의 초기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여 불안하다. 어쩌면 파킨슨치매가 온 것이 아니고 단순히 입원실 환경이 바뀌어 그런 증상이 나타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말수가 점점 적어지고, 가벼운 삼킴장애가 있고, 무표정하고, 움직임이 둔하고, 기진맥진하여 자꾸 누워 계시려고 한다. 어머니 바로 맞은편 침대에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전형적인 파킨슨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그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끝없이 반복하거나 또는 미동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눈도 깜박이지 않고 나를 뚫어져라 응시할 때면 정말 보기가 무섭고 딱하다. 어머니가 파킨슨병 증상만은 피해 가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어쨌거나 어머니가 여기로 와서 편히 주무시고, 별로 아픈 데 없고, 괴로워하지 않으니 그나마 다소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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