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163

바보 같은 나는 바로 후회하였다

오늘 개천절 공휴일날 내려왔다. 3주 만에 어머니를 뵙는 셈이다. 주말마다 동생이 다녀가기는 했지만, 어머니가 완전히 바뀐 환경에서 가족과 떨어져 3주를 보냈기 때문에, 나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어머니에게 나타난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였다. 1. 몸이 수척해졌다. 입원 당시에 비해, 얼굴과 팔다리에 살이 많이 빠졌다. 이불 밑으로 손을 넣어 팔다리를 만져보니, 놀랄 만큼 많이 빠졌네. 하지만 어머니의 지금 이 상태가 당신의 나이나 병력으로 미루어 볼 때 오히려 정상이 아닐까? 아마도 예전의 상태가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한 비만상태였을 것이다. 현재 병원에서는 각종 약물을 가능한 한 적게 쓰고 있고, 혈당관리를 위해서 식사량을 엄격하게 조절하고 있다. 항정약물의 절제로 비만 같은 부작용이 줄어들고 당뇨식으로 ..

간병기 2019.10.03

더 나빠지면 다시 백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2019. 09. 11, 수) 저녁 식사시간 후에 어머니의 담당의사가 회진 차 병실에 들렀기에, 어머니의 병세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어머니는 현재 폐부종이 있고, 신장기능이 안 좋다고 하네. 백병원에서 퇴원할 때와 비교해 신장기능이 조금 더 나빠졌다고 말씀하시며, 걱정을 많이 한다. 고령의 중증환자가 투석까지 받게 되면, 정말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의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선생님에게, 어머니가 현재 폐렴 치료 목적으로 복용 중인 스테로이드약의 부작용으로 생각되는 신장기능 저하와 고혈당에 대해 걱정하며 자꾸 이야기를 하니, 선생님은 어머니가 스테로이드약을 지금은 하루에 한 알씩 소량으로 먹고 있는데 곧 완전히 끊을 예정이라고 말씀해주신다. 내..

간병기 2019.09.15

나는 그만 울컥하였다

(2019. 09. 08, 일) 오랜만에 어머니와 제법 긴 시간 동안 대화하였다. 저녁식사 후에 살짝 잠드시기에 가볍게 안마를 해드리려고 하는데, 기척에 바로 잠을 깨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와 이만큼이라도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맙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기진맥진하여 종일 잠에 취해 있었는데, 오늘처럼 이렇게 조금씩 호전되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니가 침대에 누운 채로 나를 쳐다보면서, '얼른 집에 가서 밥 먹어라. 배고프겠다.' 하며 걱정하길래, 나는 그만 울컥하였다. 나의 휴대폰에 저장된 당신의 증손녀 나윤이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니, 가만히 미소 짓는다. 내가 어머니에게 하나하나 천천히 물어보니, 당신 이름은..

간병기 2019.09.09

파킨슨병 증상만은 피해 가기를

해운대성심요양병원의 면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나는 낮 12시 점심 식사시간과 오후 5시 저녁 식사시간에 맞추어 하루에 두 번 병원에 들러 어머니의 식사수발을 들고, 식사가 끝나면 2~3시간씩 어머니 곁에 머물다가, 저녁 7시 면회 끝나는 시간에 병원을 나와 병원 뒤에 있는 어머니집으로 돌아가서 쉰다. 병원에서는 음식물을 잘 못 삼키는 환자들을 위하여, 밥이며 반찬을 완전히 갈아서 미세분말의 죽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는데, 어머니도 그 미음 같은 죽을 드시고 있다. 지금은 그런대로 잘 드시는데, 메뉴가 매일 비슷하여, 언제까지 물리지 않고 잘 드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에 와서 약 3일간 어머니를 관찰해 본 결과, 어머니에게 파킨슨치매의 초기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여 불안하다...

간병기 2019.09.07

백병원에서 성심요양병원으로

오늘은 어머니가 해운대백병원에서 해운대성심요양병원으로 전원 하는 날이다. 예전부터 어머니는 '아무리 아파도 요양(병)원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라고 말해 왔기 때문에, 집으로 가지 않고 성심병원으로 간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면 충격을 받을까 봐, 내가 며칠 전부터 반복해서 당신이 성심병원으로 가야 하는 까닭을 조심스럽게 설명드려 왔던 바, 오늘 어머니는 나의 말에 순순히 따르신다. 아직 당신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심병원에 입원해서 좀 더 치료를 받고, 혼자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면 그때 집으로 가자고 살살 달래며,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사항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설명드렸는데, 내가 본의 아니게 성심병원이 요양병원인지도 모르는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치매..

간병기 2019.09.05

퇴원 준비

어머님이 입원하신 지 오늘로 24일째이다. 어머니는 여전히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몸 상태이지만, 오랜 입원기간 동안 담당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치료와 간호로 어머니에게 나타난 고염증수치, 폐렴, 고혈당 등의 위급한 내과적 증상은 많이 잡혔고, 비록 옆에서 누가 떠먹여 드려야 하지만 그래도 영양제 주사 없이 부드러운 죽으로 식사를 할 정도로 기력이 회복되었다. 오후에 설교수님이 회진 오셔서, '어머니의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이제 백병원에서는 더 치료할 사항이 없으니 퇴원해도 좋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어머니가 완치가 불가능한 치매와 만성적인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여서 추가적인 입원 치료에 제한이 따른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 같다. 어머니를 입원실이 부족한 백병원에 입원시킨 상태로 계속 치료할 수가 ..

간병기 2019.09.03

종합병원 입원실 간병인

오랜 기간 병실에서 24시간 상주하다 보니, 나도 이제 해운대백병원 13층 병동의 고참이 되었다. 어머니가 6인실에 입원하고 계셔서, 나는 병실을 들락날락하는 많은 환자들의 보호자를 자주 보게 되는데, 그들 중에는 환자 측에서 개인적으로 고용한 유급 간병인들도 제법 많다. 간병인은 대부분 한국인 또는 조선족 중년여성들인데, 그들의 간병하는 자세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데다가 환자와 말다툼으로 티격태격하는 일은 예사고, 특히 환자가 나이가 많거나 치매 등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 '안 자고 귀찮게 한다.' '기저귀를 자주 갈게 한다.'라는 등 간병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온갖 말을 쏟아내며..

간병기 2019.08.31

여기서 내가 못 버티면 누가 어머니를 지키겠나

집중적인 치료의 결과 어머니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는 것으로 보인다. 목구멍으로 음식물을 넘기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보이고 있어, 삼킴검사를 받아보았는데, 연하기능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뿐이고, 큰 삼킴장애는 없다는 검사결과가 나왔다. 우선 죽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으로 삼키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설교수님이 회진 차 들러서 어머니의 상태를 살펴보고, '어머니가 기적적으로 회복하고 계십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우리를 안심시키네. 오후에 인천이모와 당진의 외삼촌과 막내이모, 외사촌동생이 함께 문병을 왔다. 이분들은 작년 8월 어머니와 함께 강화도로 여행을 다녀온 후 거의 1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는 셈인데, 그때와는 달리 너무나 수척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간병기 2019.08.23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요즘 상급종합병원 어디에 가나 경증이건 중증이건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입원실이 모자라기 때문에, 응급실을 거쳐 입원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응급실에서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우리는 설교수님에게 부탁하여 응급실에 들어온 지 4일 만에 가까스로 입원실로 올라올 수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금식 중이고, 오로지 정맥혈관주사에 의한 영양제 공급으로 버티고 있다. 치료는 항생제 주사로 염증수치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다. 그 외에, 폐에 미세한 폐렴 소견이 있어 치료 중이고, 콩팥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당뇨병과 고혈압 등 기저질환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물론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 상태로 치매치료도 받고 있으며, 어느 부위든지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거..

간병기 2019.08.14

어머니는 지금 매우 위중한 상태다

응급실에서 설교수님으로부터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설교수 말씀이 '혈액검사 결과 염증수치가 매우 높은데, 어디가 잘못되어 그런지 아직 안 밝혀졌다. 어찌 됐든 패혈증으로 가면 매우 위험하다. 또 콩팥수치가 매우 나쁘다. 투석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다른 부위나 증상의 치료에도 제한이 따르고 치료 효과도 많이 떨어진다. 가슴이 아프다 하니, 예전에 스텐트 시술한 부위가 다시 막혔을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막힌 부위는 재시술해야 한다. 고령에, 치매에,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는 지금 매우 위중한 상태다. 치료 중에 갑자기 넘어갈 수도 있다. 그때 인공호흡기를 달 것인가 말 것인가를 지금 결정해놓아야 한다.' 하길래, 가족들과 의논해 알려드리겠다고 하였다..

간병기 2019.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