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163

제수씨와 카톡

어제 토요일에는, 동생이 어머니에게 다녀와서 전화를 하던데, 오늘은 동생이 다른 일로 바빠, 제수씨가 동생 대신 어머니를 챙겨보고 늘 하던 대로 나에게 카톡으로 알려주시네. (제수씨) 종현아빠 학교 샘 자녀 결혼식이 있어 저가 어머니한테 왔습니다. 점심 전에 도착해서 미음 수발드는데, 계속 안먹는다, 맛없다. 투정하고 그런데도 반 이상 드셨고, 종현 아빠가 사고 나서 다리 다쳤다며, '병원은 갔느냐? 양복도 다 버렸다...' 엉뚱 말씀 '어제는 밥도 두 끼나 안주더라...' 엉뚱 말씀 '이빨 하러 가야 되는데...' 그러시고 해서 틀니 보여드리고, 간병인에게 세척 부탁했는데, 간병인이 '쓰지 않는 건데...' 하네요. '다리 아파 죽을 지경이다' 해서 '날씨가 안 좋아 그런가 봅니다' 하며 계속 주물러드..

간병기 2019.12.15

집이냐? 시설이냐? (3)

대체적으로 해운대성심요양병원 근무자들은 모두 친절하였으며 짜인 일정과 시스템에 따라 각자 맡은 일을 빈틈없이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예전에 소문으로 들었던 '요양병원에서는 이상한 주사를 놓아 환자를 잠만 재운다. 자기들이 편하려고 관리하기 골치 아픈 환자가 생기면 묶어놓는다.'라는 등 시중에 간간이 떠도는 근거 없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 아님을 이번에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내가 그 병원에서 오랜 시간 어머니 곁을 지키며 주위 할머니들에게 가해지는 그런 조치들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병원 측에서는 효율적인 환자관리를 위하여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침상생활만 하는 환자들을 따로 분리수용(어머니 병실에도 84세부터 99세까지의 할머니 일곱 분이 수용되어 있음)하고 있는데, 그..

간병기 2019.12.10

집이냐? 시설이냐? (2)

사실 동생은 2017년 9월 경 어머니가 동네를 배회하는 등 심한 치매 증세를 보일 때부터, 자기가 주위 경험자들에게 알아보았다며,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나에게 두어 번 의사를 타진해 왔는데, 내가 반대하였다. 어머니가 예전부터 입버릇처럼 '절대 요양원에는 안 간다.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라고 말해 왔고, 나도 요양병원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 때문에 '어머니의 인지기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는 거기로 보낼 수 없다.'라고 잘라 말하였다. 재가급여센터의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등 재가급여 관련자들도, 환자가 위중한 상태가 아니면 자기들이 돌보는 환자를 시설로 보내라고 가족에게 먼저 권고하지는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재가서비스가 그분들의 일이요 수입원이니까. 그런데 이번에..

간병기 2019.12.09

집이냐? 시설이냐? (1)

(이 글에서 지칭하는 '시설'은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으로 한정한다. 참고로 '요양원'은 의료기관이 아니며, 노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는 별개의 요양시설이다. 따라서 '요양병원'의 재원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요양원'의 재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부담한다. 물론 두 곳 다 일정률의 본인부담금을 징수한다.) 어머니를 해운대성심요양병원에 모신 후, 나는 매 3주마다 거기 내려가서 3~4일 정도 머무르며 돌봐드리고, 동생은 내가 내려가지 아니하는 중간의 2주 동안 주말마다 토요일과 일요일 병원을 방문하여 하루에 반나절 정도 어머니 곁에 머무르다 돌아간다. 또 동생은 매주 수요일 퇴근 후에 병원에 잠깐 들러 어머니를 보고 집으로 간다. 오늘도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는 식사도..

간병기 2019.12.08

오랜만에 웃어본다

3일 동안 어머니와 함께 지낸 후 상경하는 길에, 동생에게 카톡으로 간병 경과를 알리며 어머니 사진 3장을 보냈다. 너무나 변하고 허약해진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젠 이렇게 웃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사진 속의 어머니는 웃고 계시지만, 사진을 찍는 나는 눈물이 납니다. 아무리 구순을 앞둔 노인이라지만 입원한 뒤 서너 달 만에 이렇게 변해버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어머니에게 '좀 크게 웃어보세요~'하며 찍었는데, 같이 웃고 있는 나는 사실 울고 있었습니다. (동생) 어머니께서 기분이 좋으시네?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아무튼 감사한 일입니다!! (나) 이제 주위를 살피고 병실의 다른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보일 정도로 좋아졌네. 다행이고 좀 안심된..

간병기 2019.12.02

이대로만이라도 오래오래 버텨주세요

(2019. 11. 30, 토) 근 3주 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얼핏 보니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목소리도 크고, 가벼운 삼킴장애로 비록 죽을 잡수시지만 식사도 잘하시고, 얼굴에 살이 좀 붙었다. 간호사님도 '어머니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보다 많이 좋아지셨다.'라고 귀띔해준다. 오랜만에 안심이 되고 기분도 좋다.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 어머니는 오랜만에 나를 보면 처음에는 나의 이름도 잘 기억해내지 못하곤 하였지만, 오늘은 병실에 들어선 나를 보더니, '일찍 왔네. 밥은 먹었느냐? 어서 밥 먹으러 가거라.'라고 말씀하신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씀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직장일로 부산에 가게 되어 오랜만에 집에 들르면 아들이 배고플까 봐 아들 밥부터 챙기던 그 기억이 당신의 뇌리에 박혀있는 것 같다. ..

간병기 2019.12.01

아~ 눈물이 핑 돈다...

(2019. 11. 08, 금) 당초 11월 중순에 어머니에게 내려오기로 일정을 짰었는데, 부산에 사는 먼 친척뻘 되는 어르신이 어제 소천하였다는 부고를 받고, 일정을 앞당겨 오늘 내려왔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그 어르신은 96세를 일기로, 의식을 잃은 지 하루 만에 폐렴으로 별 고통 없이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 한다. 임종 때까지 크게 아픈 곳도 없었고, 가벼운 치매 증상도 없으셨다 하니, 소위 말하는 9988234다. 대단히 복 받은 어르신이네. 문상 전에 어머니에게 먼저 들러, 오늘 내가 부산에 내려온 이유를 설명해드리니, 처음에는 내 말을 못 알아들으시다가 한참을 반복 설명하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신다. 어머니의 몸을 체크해보니, 왼쪽 발이 좀 부었다. 간호사님에게 어머니의 건강상태에 대해 물어보니,..

간병기 2019.11.10

사실대로 대답할 수 없는, 가슴만 아픈 질문이다

(2019. 10. 26, 토) 새벽에 KTX 편으로 내려왔다. 20여 일 만에 어머니를 찾아뵙는데, 몸은 많이 여위었으나, 몸상태는 좋아 보인다. 체중이 많이 준 저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어머니의 연세나 병력으로 미루어 보건대, 예전의 상태가 비만이었고 비정상이었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계신 어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가, 다정하게 인사하고 말을 붙여보아도, 나를 잘 못 알아보는 것 같고,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 나는 충격을 받았다. 오늘따라 엉뚱한 소리를 많이 하신다. 그사이 치매가 많이 진행된 것 같다. 슬프다. (2019. 10. 27, 일) 어제와 오늘에 걸쳐, 어머니에게 계속 말을 붙이며 내가 누구고, 내 이름이 뭐냐고 아무리 물어보아도 선뜻 ..

간병기 2019.10.28

수발든 이후 처음으로 죽을 다 드셨다

(2019. 10. 05, 토) 인지기능의 감퇴와 환각과 망상으로, 어머니에게 나타나는 치매의 진행이 급하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극도로 저하되었고, 당신과 관련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나와 동생을 잘 구별하지 못하고,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하신다. 내가 당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아들'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거나, '창정이'라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것 같다. 안타깝다. 내가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사실과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사실 등, 당신과 관련된 대부분의 일이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판단하지 못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의 몸이 편하고, 당신 스스로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고, 음식만 잘 드시면, 정말 좋겠는데... 그게 어려우니, 문제다. 다행히 ..

간병기 2019.10.06

콩팥의 25% 정도만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어머니를 이틀째 관찰해본 결과, 음식을 잘 못 드시는 것이, 지난 8월 백병원에 입원할 때의 상태와 비슷하다. 병원에서 밥 대신 나오는 미음 같은 죽조차도 3분의 1 정도만 드신다. 뭐든지 먹어야겠다는 의지는 있는 것 같은데,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 삼키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걱정되어 담당선생님에게 이야기하니 영양제 1팩을 정맥주사로 처방하여 주시네. 피검사 결과, 염증수치가 올라갔고, 신장기능이 떨어졌고, 폐렴증상이 있는 등, 예전의 증상이 호전되는 기미가 별로 안 보인다. 지난 투병 과정을 되돌아보면, 그럴 경우에 어머니는 음식을 못 드시곤 하였다. 안타깝다. 어머니의 머릿속은 여전히 혼미하여, '아기는 잘 있느냐?' '어서 가서 밥 먹어라.' '이제 그만 자라.'라는 등 상황에..

간병기 2019.10.04